책은 아프리카 현대사를 다루지만, 단순 연대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세 침략과 내부 갈등 속에서 아프리카의 역사와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다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 장마다 특정 쟁점을 중심으로 아프리카를 세계사라는 큰 틀 안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줄루 제국의 샤카나 부간다의 무테사 같은 왕국부터 은크루마, 나세르, 만델라 그리고 리빙스턴같은 탐험가까지 수많은 이름이 등장한다.
좋았던 점은 위인들만을 조명하는 게 아니라, 병사나 노동자, 이주민 같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이 겪은 경험에도 주목하여 몰입감있었다.
읽으면서 알게되는 것은 아프리카사는 외세의 침략과 저항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족(tribe)이라는 개념은 식민 행정 당국의 지배전략에서 출발했지만, 동시에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집단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저항의 수단이 되기도한다는 주장이 나타난다. 이런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역주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과거의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 왜곡이 현대에도 이어져 사회의 단면을 형성하고 있다면, 과연 우리의 선택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구조인지 한 번쯤 고민하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또한 점수줄만한 요소는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선입견을 꽤나 깨줬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단일한 대륙이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지역이다. 노예무역과 식민화 경험, 이후의 탈식민화 과정까지 모든 것이 단순한 흑백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아프리카를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아프리카의 근대화 과정이 단순히 야만성과 실패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처음 집었을 때는 줄루 제국과 같은 역사 내용을 기대했지만, 제목부터가 현대사다보니 이를 크게 다루지는 않아서 추가적인 자료를 계속 찾아봤다.
세계사를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프리카는 정말 내가 개척하지 않은 분야라서 보면서 새로운 곳에 발을 들인 느낌이라 신선했다. 다른 역사 책을 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