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

Dec 15, 2024

요 며칠 계엄때문에 마음이 싱숭해서 책읽고 글 쓰는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핑계)

뭐 그래도 어제 여의도가서 직접 가결되는 것을 눈으로 보고오니 급격하게 마음의 평화가 찾아와서 글을 작성한다.

각설하고 이번에 완독한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사실 이 책은 3수를 했다. 도서관의 최대 대출기간이 3주인데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다운 많은 등장인물, 종교 이야기(특히나 수도사 관련 내용), 책 읽는 속도가 그 이유다.

줄거리 자체는 카라마조프가의 삼형제의 ‘친부’인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생겨난 해프닝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란 존재의 실상과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다룬다.

이야기의 표면적 갈등은 **“존속 살해”**라는 사건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 존재의 실상,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특히, 드미트리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논리는 인상적이다. “그가 진정 아버지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표도르가 자식으로서의 사랑을 베풀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사건의 법적 차원을 넘어, 인간 관계와 도덕적 판단의 복잡성을 일깨워준다.

역시나 종교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조시마 장로의 말과 대심문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에게 조시마는 “그 아이는 천사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그럼 뭐 하냐, 내 곁에 없는데”라고 울분을 토한다.

이에 조시마는 “위로받을 수 없으니 억지로 위로받으려 하지 말고, 다만 아이가 천사가 되었음을 떠올리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과연 종교가 이 어머니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을까? 조시마의 위로는 답이 없는 질문을 덮어두려는 시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대심문관 이야기는 종교와 자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데 예수가 재림한 설정 안에서 예수를 화형에 처하려 한다.

대심문관은 “자유는 인간에게 버거운 짐이다”라며, 인간은 결국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고 권위에 복종한다고 주장한다.

신랄하지만, 예수는 반박하지 않고 그에게 입맞춤을 남긴다. 여기서 바로 종교의 본질이 “사랑”임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죄가 있고,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용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지만, 종교적 교훈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몰입 포인트는 캐릭터들이다.

• 표도르 파블로비치: 인간 쓰레기 아버지
• 드미트리: 장교 출신으로 방탕하지만 명예와 자존심을 소중히 여기는 인물
• 이반: 무신론자이지만 악마와 대립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 알료샤: 순수하고 선한 수도승(환속했지만..)

이반의 캐릭터가 억지스럽기도 한데 작가가 신앙과 양심을 연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한 부분이 아닐까싶기도..

신을 믿지 않으면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녹이느라 성격이 급격하게 바뀌는 흐름이 부자연스러웠지만 이 또한 전개상 크게 흠이 있진 않다.

글의 제목은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내가 러시아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인물들과 심리 묘사는 진짜 다른 작품은 비교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할턴 올해의 숙원 사업을 끝낸 느낌. 연말에는 좀 가벼운 책으로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