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계획생육(중국식 산아제한 정책) 정책에 따라 낙태 수술을 도맡았던 화자 ‘고모’의 이야기.
국가주도 산아정책의 비윤리적 문제, ‘모성애’는 과연 후천적인 문화의 결과인지 아니면 선천적인 본능인가에 대한 고찰, 당의 명령에 따라 수많은 태아를 낙태했던 고모의 죄책감
계획생육에 사활을 건 고모라는 화자에 이입되어서 낙태 시술을 ‘철사를 나무에 걸어 억지로 끄집어낸다’라는 묘사도 불편하다기보다는 ‘이런식으로 표현하는구나’ 정도로 넘어갔는데, 수술하는 장면으로 이어지자 등이 싸늘해지면서 계획생육이 내 앞에 다가와 놓여지는 그 기분이 너무 소름돋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마지막 희곡파트로 이전에는 형식적으로 단순 일반 소설에 불과했으나 희곡 파트에서 현실과 허구의 결합으로 내용 상의 허실로 화룡점정을 찍어버린다.
각자의 삶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혐오스럽고, 왜 그런 삶을 강요받은것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건지 회의하게 된다.
고모는 힘닿는대로 열심히 살았을 뿐이고 그 서사에서 많은 선량한 사람들처럼 악을 내재화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작품의 초반부부터 고모는 미쳐있었는지도 모른다. 미쳐있지만 미친 줄도 모르는 것. 그것이 삶이니까
거대한 사회 담론에서부터 지엽적인 개인의 희로애락을 정말 서사에 잘 녹여낸 문학이다. 문학이 예술인 이유를 소름끼치게 느끼게 만들어준 작품
올해 읽었던 소설 중에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라고 하기엔 한 달이 남았으니 갱신될수도..?)